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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음악 시

9월의 시모음 - 가을에 관한 시

by 매우현명3 2025.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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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시모음 - 가을에 관한 시 해설과 감상 가이드

가을의 초입인 9월은 계절의 전환만이 아니라 마음의 결을 바꾸는 시기입니다. 한여름의 과열된 감각을 벗기고, 비움과 성찰, 기다림의 언어로 돌아오는 때이기도 하지요. 아래에 실린 9월의 시모음은 9월의 공기와 가장 잘 맞물리는 작품들입니다. 원문을 먼저 읽고, 뒤이어 작품별 해설과 낭독 포인트, 글쓰기 확장 아이디어까지 이어집니다.


9월의 시모음 작품 원문

9월의 시 - 문병란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 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가을엔 따뜻한 가슴을 지니게 하소서 - 이채

가을엔 마음의 등불 하나 켜 두게 하소서
하루의 아픔에 눈물짓고
이틀의 외로움에 가슴 쓰린
가난해서 힘겨운 나의 이웃이여!
그 가녀린 빛이 무관심의 벽을 넘어
우리라는 이름의 따뜻한 위로가 되게 하소서

가을엔 뜨거운 눈물의 의미를 깨닫게 하소서
나무가 열매를 맺기까지
참아낸 긴 시간들이 알알이 익어갈 때
우리 살아가는 인법도 이와 같아
인내와 믿음과 기다림의 눈물 없이
어떻게 사랑을 말할 수 있으리오

가을엔 따뜻한 가슴으로 기도하게 하소서
같은 비바람을 거치고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와
나무를 떠나 흙으로 돌아가는 낙엽을 위하여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누구를 위하여
건강을 잃고 신음하는 그 누구를 위하여

가을엔 비움의 지혜를 깨닫게 하소서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기보다
지는 낙엽의 겸허함을 바라보게 하소서
욕망의 늪은 그 깊이를 모르고
욕심의 끝은 한이 없나니
하늘을, 세상을 원망하기보다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하소서


9월이 오면 들꽃으로 피겠네 - 이채

9월이 오면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겠네
보일 듯 말 듯 피었다가
보여도 그만
안 보여도 그만인
혼자만의 몸짓이고 싶네

그리운 것들은 언제나
산 너머 구름으로 살다가
들꽃 향기에 실려 오는 바람의 숨결
끝내 내 이름은 몰라도 좋겠네

꽃잎마다 별을 안고 피었어도
어느 산 어느 강을 건너왔는지
물어보는 사람 하나 없는 것이
서글프지만은 않네

9월이 오면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겠네
알 듯 모를 듯 피었다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혼자만의 눈물이고 싶네


삶과 낙엽 - 이채

낙엽이 떨어져 땅 위로 뒹굴며 말합니다
삶을 이루었노라고
내가 떠나서 거름이 되어야
푸른 녹색 정원을 이룰 수 있다고

나는 자신에게 묻습니다
내 삶이 다할 때
삶을 이루었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 후세에게
나의 삶이 과연 거름이 될 수 있을까

내게 던진 이 물음은
내 삶의 방향을 가르쳐 줍니다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낙엽을 밟으며 - 정연복

한철 그리도 푸른빛으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던
무성한 잎새들

한 잎 두 잎 쓸쓸히
낙엽으로 지면서도

알록달록 폭신한 카펫을 깔아
세상을 오가는 이들의 발길 아래
제 마지막 생을 바치네.

인생의 사계(四季) 중
어느 틈에 가을의 문턱을
훌쩍 넘어섰으니

이제 이 목숨도
낙엽 되어 질 날
그리 멀지 않았으리.

지나온 세월이야
더러 회한(悔恨)으로 남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일

내 생의 나머지는
그 무엇을 위해 빛나다가
고분고분 스러져야 하는가.

휘익, 한줄기 바람이 불어
몇몇 남은 잎새들 지네


작품별 해설과 감상 포인트

「9월의 시」 - 문병란

  • 핵심 주제
    9월을 ‘이별의 계절’로 상정하고, 여름의 과잉을 벗겨내는 각성의 순간을 그립니다.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는 구절은 계절 변화를 넘어 삶의 허식과 미련을 비우는 윤리적 전환점으로 읽힙니다.
  • 주요 이미지
    해변-항구-가로수-나팔꽃-플라타너스라는 ‘장면 전환’이 한 편의 시퀀스처럼 이어집니다. 특히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는 비유는 9월의 숙연함을 시각화합니다.
  • 언어-운율 포인트
    3행 시구의 짧은 호흡, ‘벌써’의 반복이 시간의 가속을 체감케 합니다. ‘호올로’처럼 시각적 표기를 통한 정서 강조도 눈에 띕니다.
  • 낭독 팁
    1연과 마지막 연을 느리게, 중간부 이미지는 템포를 약간 올려 리듬을 분절하세요. ‘벌써’와 ‘이미’는 낮게 눌러 비장감을 만드시면 좋습니다.
  • 에세이 확장 아이디어
    • 여름의 성과-허영을 정리하는 ‘퇴장 목록’ 쓰기
    • 9월의 이별 루틴 - 물건 비움, 일정 단식, 관계의 거리 조절
  • 기억해 둘 한 줄
    •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가을엔 따뜻한 가슴을 지니게 하소서」 - 이채

  • 핵심 주제
    기도문의 형식으로 ‘공감-인내-감사’의 덕목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윤리적 서정입니다. 개인의 구원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로 확장되는 사회적 감수성이 인상적입니다.
  • 주요 이미지
    ‘마음의 등불’, ‘알알이 익어가는 열매’, ‘낙엽의 겸허함’ - 빛과 열매, 낙엽이라는 상징으로 비움과 충만을 동시에 구현합니다.
  • 언어-운율 포인트
    반복 구문 ‘가을엔 ... 하소서’가 기도문의 장중함을 형성합니다. 행간마다 정지-호흡을 분명히 하는 낭독이 좋습니다.
  • 낭독 팁
    각 연의 첫 행은 명확한 어조로, 중간부는 호흡을 길게 가져가며 청유형의 온기를 살리세요.
  • 에세이 확장 아이디어
    • ‘무관심의 벽’을 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
    • ‘비움의 지혜’ 체크리스트 만들기
  • 기억해 둘 한 줄
    • “마음의 등불 하나 켜 두게 하소서”
    • “인내와 믿음과 기다림의 눈물 없이 어떻게 사랑을 말할 수 있으리오”
    •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하소서”

「9월이 오면 들꽃으로 피겠네」 - 이채

  • 핵심 주제
    ‘익명성의 자유’와 ‘조용한 존재감’을 노래합니다. 이름이 지워진 자리에서 오히려 진실해지는 자아의 발견이 핵심입니다.
  • 주요 이미지
    들꽃-바람의 숨결-별을 안은 꽃잎. 소박하지만 빛나는 상징들로 ‘보여도 그만, 안 보여도 그만’의 담담함을 구축합니다.
  • 언어-운율 포인트
    ‘...도 그만’의 반복이 무위(無爲)의 철학을 운율화합니다. 절제된 낭독이 작품의 미덕을 살립니다.
  • 낭독 팁
    종결부 ‘혼자만의 눈물이고 싶네’에서 감정을 과도하게 치켜세우지 말고 낮게 마무리하세요.
  • 에세이 확장 아이디어
    • 익명과 실명의 균형 - 온라인 정체성 설계
    • 조용한 영향력 - 드러나지 않는 공헌의 사례
  • 기억해 둘 한 줄
    •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겠네”
    • “그리운 것들은 언제나 산 너머 구름으로 살다가”
    •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혼자만의 눈물”

「삶과 낙엽」 - 이채

  • 핵심 주제
    낙엽의 순환을 통해 ‘유산으로서의 삶’을 성찰합니다. 떠남이 곧 거름이 되는 ‘퇴장의 윤리’를 제시합니다.
  • 주요 이미지
    낙엽-거름-정원. 소멸과 생성의 선순환이 단정한 은유로 연결됩니다.
  • 언어-운율 포인트
    1인칭 자기 문답이 명상적 리듬을 만듭니다. 각 문장 끝을 충분히 쉼표처럼 쉬며 낭독하세요.
  • 에세이 확장 아이디어
    • ‘내 삶의 유산 선언문’ 작성
    • 오늘의 작은 거름 - 지식 공유, 시간 기부, 관계 기록
  • 기억해 둘 한 줄
    • “내가 떠나서 거름이 되어야 푸른 녹색 정원을 이룰 수 있다고”
    • “내 삶의 방향을 가르쳐 줍니다”
    • “삶을 이루었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가을의 기도」 - 김현승

  • 핵심 주제
    한국 현대시의 고전으로, ‘겸허’와 ‘선택’과 ‘고독’의 미학을 기도문으로 정제했습니다. 비옥한 시간의 경작은 사랑의 윤리와 직결됩니다.
  • 주요 이미지
    낙엽-모국어-비옥한 시간-까마귀. 자연과 영혼, 언어가 동일한 축에서 공명합니다.
  • 언어-운율 포인트
    ‘...하게 하소서’의 반복이 성가(聖歌)적 울림을 형성합니다. 음절을 줄이며 호흡을 깊게 가져가세요.
  • 에세이 확장 아이디어
    • ‘가장 아름다운 열매’ 정의하기 - 올해 1가지 목표 재명명
    • 고독의 기술 - 생산적인 혼자의 시간 설계
  • 기억해 둘 한 줄
    •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낙엽을 밟으며」 - 정연복

  • 핵심 주제
    소멸의 순간조차 ‘카펫’처럼 타인에게 부드럽게 길을 내주는 낙엽의 품격을 통해 생의 뒷모습을 묻습니다.
  • 주요 이미지
    알록달록 폭신한 카펫-가을의 문턱-한줄기 바람. 촉각과 시각이 중첩된 심상이 아름답습니다.
  • 언어-운율 포인트
    단정한 산문적 어조와 여백이 공존합니다. ‘고분고분’ 같은 의태적 단어는 낮은 강세로 살리세요.
  • 에세이 확장 아이디어
    • ‘나머지 생의 빛’ 목록 - 남은 시간에 하고 싶은 5가지
    • ‘밟히는 친절’ - 눈에 띄지 않는 배려 사례 기록
  • 기억해 둘 한 줄
    • “제 마지막 생을 바치네”
    • “가을의 문턱을 훌쩍 넘어섰으니”
    • “그 무엇을 위해 빛나다가 고분고분 스러져야 하는가”

9월 감상 키워드 맵

  • 계절의 전환 - 이별 - 비움 - 겸허
  • 등불 - 인내 - 열매 - 감사
  • 들꽃 - 익명성 - 조용한 존재감
  • 낙엽 - 거름 - 순환 - 유산
  • 고독 - 선택 - 기도 - 모국어

낭독과 기록을 위한 실무 가이드

독서 모임 운영 팁

  • 오프닝 질문 3종
    1. 올해 내가 벗고 싶은 ‘여름의 허영’은 무엇인가
    2. 지금 내게 필요한 ‘마음의 등불’은 어떤 모양인가
    3. 내 삶이 남길 ‘거름’ 한 가지를 구체적으로 말해보기
  • 낭독 설계
    • 작품당 2회 낭독 - 1회는 원문 그대로, 2회는 강세와 멈춤 계획
    • 키워드 메모 - 각 연마다 1단어로 요약 후 공유

9월 창작 워밍업 프롬프트

  • 100자 산문 - ‘벌써’로 시작해 ‘감사’로 끝나게 쓰기
  • 3행시 - ‘낙엽’, ‘등불’, ‘열매’ 각 키워드로
  • 리라이팅 - 「가을의 기도」의 첫 연을 내 일상 언어로 다시 쓰기
  • 사운드 수집 - 바람, 낙엽, 발걸음의 소리를 단어로 기록

시인 프로필

  • 시인 이채
    • 활동 키워드: 기도문 형식, 공감과 위로, 일상 윤리
    • 시 세계: 반복과 청원형 어조로 마음의 덕목을 호출하는 서정
    • 낭독 포인트: ‘...하게 하소서’ 부분을 낮고 단정하게
    • 추천 감상 맥락: 계절-신앙적 정서-공동체적 위로
  • 시인 문병란
    • 활동 키워드: 계절의 전환, 사회적 정서, 간결한 이미지
    • 시 세계: 상징적 풍경을 통해 삶의 태도를 환기
    • 낭독 포인트: ‘벌써’, ‘이미’ 같은 부사에 강세
    • 추천 감상 맥락: 이별과 성찰, 비움의 윤리
  • 시인 정연복
    • 활동 키워드: 일상 서정, 순환의 미학, 따뜻한 시선
    • 시 세계: 소멸의 장면에서 발견하는 온화한 품격
    • 낭독 포인트: 의태어-의성어를 과장하지 않고 절제
    • 추천 감상 맥락: 나이듦의 아름다움, 조용한 배려
  • 시인 김현승
    • 활동 키워드: 기도-사랑-고독, 상징적 서정
    • 시 세계: 언어의 겸허와 선택의 윤리, 고전적 품격
    • 낭독 포인트: 각 연의 첫 행에 명확한 호흡 배치
    • 추천 감상 맥락: 고독을 통한 성숙, 사랑의 단호함

9월에 쓰기 좋은 문장 샘플

  • 한 해의 과잉을 가지치기하는 9월, 마음의 등불 하나를 내 책상 위에 켭니다.
  • 들꽃처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오늘을 피워냅니다.
  • 낙엽을 밟는 소리로 내 하루의 속도를 조절합니다.
  • 비워서 가벼워지고, 가벼워져서 멀리 갑니다.

마무리

9월의 시는 ‘벗겨냄’과 ‘채움’이 동시에 일어나는 언어의 계절학입니다. 우리는 이별을 통해 성숙하고, 비움을 통해 충만해집니다. 오늘 단 한 연이라도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시가 주는 호흡이 하루의 리듬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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